2016 시즌 시작 전 일본의 에이스 투수 마에다 겐타가 LA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었다. 일본에서는 그 계약 내용이 아주 헐값이라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일본인 투수의 내구성에 의심을 품고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계약 내용이다. 그만큼 마에다가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 마에다가 맺은 계약은 메이저리그 계약이다. 계약이면 계약이지 메이저리그 계약이라고 한번더 설명하는 이유가 뭘까? 왜냐하면 메이저리그에는 계약이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 계약에는 무슨 종류가 있을까? 우리가 흔히들 메이저리그 누군가가 새로 팀 계약을 맺었다고 할 때, 자연스레 그들의 연봉에 주목하게 된다. 누구는 1년에 얼마 받았다더라 누구는 최고 연봉을 갱신했다드라.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주로 메이저리그 계약에 한정하여 하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는 빅리그로 불리는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그 하위리그인 트리플 A, 더블 A, 싱글 A, 루키 리그 등 여러 리그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는 한가지 계약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과연 어떤 리그 계약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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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는 크게 3가지 계약의 종류가 존재한다. 첫번째는 메이저리그 계약. 두번째는 마이너리그 계약. 마지막은 스플릿 계약이다. 메이저리그 계약은 말 그대로 메이저리그에서 바로 뛸 수 있게끔 40인 로스터 (40-Man Roster)를 보장받는 계약이다. 이 안에 세부 조항을 조정함에 따라 실제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바로 뛸 수 있는 로스터인 액티브 로스터 (Active Roster), 우리가 쉽게 말하는 25인 로스터 (25-Man Roster)에 포함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이 대표적인 25인 로스터 메이저리그 계약이다. (25인 로스터를 보장받는 계약은 메이저리그 계약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받는 형식을 취한다.) 이 계약이 메이저리그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계약이다.
메이저리그 계약이 있으면 당연히 마이너리그 계약도 존재한다. 마이너리그 계약 역시 말 그대로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계약이다. 여기서 잘하게 되면 메이저리그로 콜업이 되고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것이다. 이 때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선수가 잘해서 콜업을 하게 되어도 해당 선수는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을 받게 된다. 하지만 어느 단체에서든 양극단의 선택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 선택지를 넓히는 메이저리그 계약과 마이너리그 계약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계약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스플릿 계약이다.
스플릿 계약은 해당 선수가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와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 두가지 경우에서 다른 내용의 계약을 각각 체결하는 계약이다. 해당 선수가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는 마이너리그 계약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지만 이 선수가 콜업이 되어서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게되면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이 아닌 메이저리그 계약이 적용돼 더 많은 연봉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다. 이 계약은 메이저리그 계약과 마이너리그 계약의 중간쯤에 위치하기 때문에 이런 계약은 또한 실력이 메이저리그라고 확신하긴 어렵지만 마이너리그 상급 정도로 추정하는 선수들과 맺게 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이 아닐 뿐더러 메이저리그로 승격시 마이너리그 계약자들보다 지출되는 돈이 상대적으로 커서 대부분의 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머물게 된다. 이 계약을 한 대표적인 선수는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 자격을 넘어서 25인 로스터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대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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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계약을 이야기 할 때 옵션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옵션이란 옵션이 걸려있는 해에 계약을 연장할 것인지 계약을 포기하고 FA를 선언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 옵션 또한 계약과 마찬가지로 세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첫 번째는 선수 옵션, 두 번째는 팀 옵션, 마지막은 베스팅 옵션이다. (퀄리파잉 오퍼는 해당 포스팅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선수 옵션 (Player Option)은 말 그대로 선수가 행사하는 옵션이다. 만약 선수의 지난 시즌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하면, 선수는 옵션을 실행하여 다음 년도 연봉을 받으면서 해당 팀과 계속 계약 할 수 있는 것이다. 팀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를 계속 데리고 있어야하니 손해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연봉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팀에서 자신의 실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하지만 만약 선수 옵션 계약을 맺은 선수가 지난 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면 선수는 선수 옵션을 포기하고 FA 시장에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선수의 행동을 옵트 아웃 (Opt out)이라고 한다. 이 옵트 아웃 조건은 기간이 될 수 있고, 소화 이닝과 같은 조건이 달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올 시즌부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새 둥지를 튼 잭 그레인키가 대표적인 옵트 아웃을 행사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그와 반대로 팀 옵션 (Team Option)은 팀이 행사하는 옵션이다. 해당 옵션을 가진 선수가 지난 시즌 잘 했을 때, 팀에서 먼저 선수와의 계약을 이어 갈 수 있는 옵션이다. 위의 선수 옵션의 권한을 팀이 가진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따라서 지난 시즌에 활약을 한 선수라면 팀 옵션을 실행해서 팀에 붙잡아 둘 수 있고, 팀에 크게 활약을 하지 않은 선수라면 팀 옵션을 포기해서 선수를 FA 시장으로 내보낼 수 있다. 이 때 팀 옵션을 포기하는 행위를 바이 아웃 (Buyout)이라고 한다. 팀 옵션을 포기할 때 보통 선수에게 일정량의 위약금이나 보장된 연봉을 지급하게 된다.
마지막 베스팅 옵션 (Vesting Option)은 두 옵션의 중간쯤이다. 일단은 팀 옵션의 형태로 옵션의 권한을 팀이 갖고 있다가 선수가 선수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게 되면 팀 옵션이 선수 옵션으로 바뀌게 되는 형태의 계약이다. 예를 들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오승환에게는 30경기 출전 조건 베스팅 옵션이 걸려있다. 즉, 2016년 오승환이 30경기 이상 출전하게 된다면 선수 옵션을 행사하여 2017년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미 30경기를 넘겼다.) 이렇듯 베스팅 옵션은 실력만 있다면 선수에게 유리한 조건이고, 팀의 입장에서는 선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서로간에 윈윈이 가능한 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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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계약과 옵션의 종류를 나눠서 설명했지만 사실 이 큰 틀 안에 보다 더 많고 세세한 조건부 계약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조건들을 보면서 선수들을 지켜보는 것도 메이저리그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자료 출처 : 베이스볼 젠 (Baseball Gen)
사진 출처 : NEWSIS, 연합뉴스, OSEN, 베이스볼 젠 (Baseball Gen)